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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잠수의 어로와 의례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연구

Title
제주 잠수의 어로와 의례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연구
Other Titles
Work and Rituals of Women-Divers on Jeju Island : Focusing on the Cultural Strategies for Ecological Sustainability
Author
안미정
Alternative Author(s)
An, Mi-Jeong
Advisor(s)
정병호
Issue Date
2007-08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본 논문은 현대 산업사회의 시장경제 속에서도 전(前)산업사회의 방식으로 어로를 하고 있는 제주도 "잠수(해녀)"들의 ‘나잠(plain-diving)’ 어로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주목하여 이들의 어로와 의례를 기술하였다. 연구자는 제주도 북동쪽 김녕리에서 현지연구를 통하여 잠수들의 해안 자원에 대한 규범들과 생태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연안바다에서의 일상적 활동들을 참여관찰 하였다. 제주도에서 나잠어로를 “물질”이라고 하는데, 이는 하나의 ‘바다밭’과 같은 연안 수중에서 기계적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해양 동식물을 채취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잠수들은 봉건왕조에 해산물을 진상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으나 식민지 상품경제의 확산으로 현금소득의 기회를 얻었고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여 채취작업을 전개해 왔다. 국가의 수산업법이 정비된 1960년대 이후 잠수들은 이동보다 거주하는 마을의 앞바다에서 어로를 하고 있다. 연안바다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주장들이 교차하는 중층적 사회 공간이다. 이곳은 법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는 곳이지만 또한 마을주민들이 우선적으로 어로권리를 행사하는 ‘마을어장’이다. 마을어장을 이용하는 참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경쟁 속에서도 잠수들을 포함한 마을주민들은 오랫동안 공동어로의 관행을 지속해왔다. 게다가 공유하는 어장에서 자원의 고갈과 같은 비극적 상황에 이르지도 않았다. 해초채취 과정에서 주민들의 공유자원에 대한 개별적 권리는 각자의 노동을 통해서 달성되며, 자원분배에 있어서의 공평성은 노동의 질을 고려하는 가운데 실현되었다. 마을주민들은 질적으로 같은 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채취시기를 설정하며 이로써 집단적 공동어로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유자원에 대한 권리의 균등함을 실현하는 전략들 속에서 연안 자원이 고갈되는 위험이 방지되고 있는 것이다. 소라를 채취하는 잠수들의 경쟁적인 집단어로에서도 “욕심”과 “명심”이라는 금언은 자원고갈을 방지하고 동료와의 관계를 유지시키는 기제이다. 공식적으로 연안바다는 국가의 어업정책의 영향을 받지만 마을의 공유재산이며 동시에 잠수들의 종교적 의례공간이다. 잠수들은 바다여신(“요왕할망”)의 자손이라는 신화적 사회관계 속에서 의례를 거행하고 있다. 샤머니즘 의례인 “잠수굿”은 잠수들이 조상을 위해 음식을 대접하고 해안에 씨앗을 뿌려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의례의 조상-자손 관계는 연안 자원에 대한 잠수들의 배타적 권리와 영역성을 상징하고 있다. 잠수들의 사회조직인 “잠수회(潛嫂會)”는 그들의 자치적이고 도덕적인 결속 그리고 연안바다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잠수들은 자신의 몸을 도구로 하여 자원을 채취하는 전통적 어로 방식에 의존함으로써 복잡한 기계화를 지양하고, 일상생활에서는 서로 노동과 음식, 그리고 자원을 교환ㆍ분배하는 중층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상호 경쟁적 채취자들인 잠수들 사이에서 “물질”이라는 어로방식과 협력적인 집단어로가 지켜지고 있는 데에는 그들의 중층적 사회관계와 관련이 있다. 잠수들은 저축과 여가 기능을 가진 여러 개의 “친목모임”들을 가지고 있다. 이 모임의 성원들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앞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밭일과 각종 경조사에 상호 노동력을 제공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지며 그것이 ‘친목’이다. 중첩된 사회관계를 통하여 노동력과 음식의 일상적 교환과 분배가 일어나며 균형적 호혜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 성원들은 어로의 동료라는 특징이 있다. 잠수들은 상호 채취 경쟁자이자 불확실한 어로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보호막 역할을 하며 일상생활에서는 다목적적인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 생활 연대자이다. 어떤 생산의 방식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그러한 방식에 의해 지속되는 생산의 사회적 관계가 있다. 곧 “물질”이라는 어로방식의 지속은 그 방식을 통해 형성된 사회관계가 있으며, 그들의 사회관계에 의해 “물질”이 지지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제주 잠수들의 “물질”은 국가의 연안어업정책, 시장경제의 압박, 기계적 어로기술의 발달에도 그들의 자원권리를 지키는 어로기술이며, 생활세계의 중층적이고 호혜적인 사회관계를 토대로 해양자원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 상호간에도 지속적인 공생관계를 도모해 온 삶의 방식이다. 국제적 농수산물 시장 개방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연안생태계의 가시적 변화가 잠수들이 지키려는 ‘바다밭’과 자원권리에 어떠한 파장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48888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0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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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CULTURAL ANTHROPOLOGY(문화인류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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