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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적 예술로서 무용작품의 정체성 연구

Title
자필적 예술로서 무용작품의 정체성 연구
Author
황희정
Advisor(s)
김운미
Issue Date
2012-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국문요지 오늘날 복제기술의 등장은 ‘진품성’의 개념을 무력화시켰고 시뮬라르크 시대를 열었다. 진품이 권위를 잃는 시대에 무용에서 공연의 재생산은 공연 간 ‘같음’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어제와 오늘의 공연이 디지털 복제처럼 꼭 같지 않은데 왜 우리는 ‘같은 공연’이라 생각하는가. 무용에서 작품과 공연, 공연과 공연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무용에서 진품 개념은 통용되지 않는가. 고대부터의 흐름을 통해 현재 무용작품의 정체성을 밝힘으로써, 그 의문을 해결하고자 한다. 철학적 담론이 시작된 고대 그리스에서는 예술이 이데아의 세계를 모방한 현실의 사물을 모방한 것이라고 하였다. 즉, 진리에서 3단계 떨어져 있는 복제품으로 기술(techne)과 같은 의미로 통용되었다. 근대에는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옮겨오며 감상자의 관점으로 예술을 설명한다. 감성론을 정립한 칸트 이후 예술은 기술과 분리되어 자기목적적 독립성을 획득하였다. 진품성은 예술의 지위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되었다. 해체주의에서 예술은 부정을 통해 진정한 예술의 순수성을 회복하려 하였다. 20세기 현대예술은 인공품이 아닌 대량 생산품도 예술이 된다. 예술작품은 이론가․ 비평가의 해석, 텍스트 읽기, 작가의 의도가 유일성, 진본성을 대체하며 작품의 ‘진품성’ 개념도 변모시켰다. N. 굿맨은 예술을 자필적․ 대필적으로 나누고 무용을 진품성에서 자유로운 대필적 예술로 구분하였다. 자필적 예술은 진품이 예술작품의 지위에 결정적 영향 주고, 대필적 예술은 음악의 악보처럼 기보화가 가능하여 이를 통해 산출되는 공연들에 모조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무용에서 작품은 ‘유형’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존재하고 공연이라는 ‘징표’로 실재한다. 징표를 창출하는데 무보는 제약을 주며 같은 무보에서 창출된 징표들은 동일성을 갖는다고 보았다. M. 시리지와 A. 아멜라고스는 굿맨의 관점을 수정․ 보완하여 무용을 스타일 1과 스타일 2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스타일 1은 일반적 스타일로 차별적으로 구분된 특징적인 움직임 목록을 갖는 공간 어휘를 말한다. 스타일 2는 개인적 스타일로 스타일 1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개별 무용수의 기여이다. 그 작품에 적절한 스타일로 훈련된 무용수가 공연을 수행하는 것은, 공연을 진정한 권위를 갖는 진품 사례로 만든다. 이 모두는 기보에 기록이 가능하므로 대필적 예술로 무용을 바라보았다. J. 마골리스는 굿맨이 주장하는 ‘순수한 외관상의 원칙’의 기보적 제약이 지나치게 엄격함을 문제로 지적한다. 무용은 악보 같은 절대적 권위를 갖는 제1기보법이 없으며, 음악도 악보에 따른 기보적 동일성이 이론만큼 실제가 명백하게 가려지지 않는다. 무용은 감정을 가진 신체를 이용하기에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무용이 대필적 요소를 갖지만 기보적 불명료성은 무용이 자필적인 어떤 범위에 있다는 것을 허용한다. 무용이 왜 자필적 예술이 되는지 마골리스는 그의 예술론 범위 안에서 논증한다. 마골리스에 따르면, 예술작품과 예술작품을 만드는 재료로서 기능할 수 있는 물리적 대상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 예술은 ‘문화적 존재자’이고 그 자체로 개별자이다. 따라서 예술은 규칙, 관습을 생성하며 감상은 이러한 전통에 의존한다. 둘째, 예술작품은 ‘물리적 구현’과 ‘문화적 창발’의 존재자이다. 의도적 속성들이 물리적 속성 속으로 내부화되거나 귀화되어 불가분적 용해성을 가지며 물리적 술어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성격을 갖는다. 무용은 예술로서 ‘자연적 표현성’을 가진다. 자연적 표현성은 연속적인 삶에 축적된 훈련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사용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산출되어지는 본질적으로 표현적인 자세와 동작을 사용하는 것이다. 무용은 무용수가 관객과 직접 대면하며 구성적 속성과 불가분적 관계를 갖는, 동작이 소유하지 않은 어떤 이질적인 속성을 전달한다. 직접적인 관객과의 관계 및 지각 방식은 신체가 자연적 표현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용을 자필적으로 만든다. 무용은 자필적 예술로 개별자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공연들을 그 작품에 대한 징표로 손쉽게 생각한다. 공연들 간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과 공연, 공연과 공연의 관계에 대해 ‘메가유형’을 제시한다. 징표들은 시와 시의 번역처럼 서로 옹호 가능하게 귀속될 수 있는 대안적이거나 심지어 반대되는 디자인의 범위에서 어떤 디자인을 적절하게 공유 할 경우 동일한 메가유형에 속한다. 무용이 갖는 지향적 속성, 자연적 표현성, 메가유형이 실제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학춤>과 <지젤>을 통해 검증해보도록 하겠다. 학춤에서의 지향적 속성을 ‘고고한 여유로움’이라 규정한다. 이는 물리적으로 구현되고 창발한, 대상이 가지고 있지 않은 이질적인 속성이다. 학이 우리나라에서 갖는 문화적 맥락 통해 ‘고고한 여유로움’이 창발한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학은 우리나라 고유의 신선사상에서 생겨난 장수의 상징으로 장수와 함께, 깨끗하고 고고한 이미지를 가진다. 허리를 굽힌 자세와 꾹꾹 눌러주는 호흡법은 한국 좌식문화에서 비롯된 대지지향적 한국 전통춤의 자연적 표현성이다. 첫 박에 발을 딛는 동작으로 강세를 주고 무릎을 무겁게 굽신한다. 한국 전통춤은 ‘호흡’의 원리로 움직인다. 움직임의 질에 따라 호흡을 배분하여 강약의 에너지를 조절하고, ‘맺고 푸는’ 긴장과 이완을 순환시키는 ‘호흡법’은 전통춤 안에서도 스타일이 세분화시킨다. 『악학궤범』, 『여령각정재무도홀기』, 『고종신축진연의궤』에는 무보에 해당하는 ‘홀기’가 기록되어 있다. 연행의 순서는 비슷하지만 학의 색깔이 청색․ 백색, 청색․ 황색, 백색․ 백색으로 각각 다르다. 각 홀기는 당시 공연들을 동일한 메가유형의 사례로 귀속시킨다. 기보에서 도출된 공연징표들은 각 홀기의 메가유형으로 동일화․ 개체화된다. <지젤>의 지향적 속성을 2막에서 강조되는 ‘초자연적 신비로움’으로 규정한다. 이는 작품이 태어난 낭만주의적 배경에 기인한다. 낭만주의는 감정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여 정열적인 사랑, 죽음도 초월하는 사랑을 주제로 하였다. 이는 요정과 사랑이라는 관계로 설정되어 초자연적 신비로움을 지향적 속성으로 하게 되었다. <지젤>은 고전발레 기법을 자연적 표현성으로 가진다. 서구의 하늘에 닿고자 하는 하늘지향적 속성은 중력을 거스르는 동작들과 토슈즈 기법을 발생시켰고, 귀족들의 궁정 사교춤에서 태어난 발레는 우아함과 장식미를 강조한다. 고전발레의 기법은 여러 교육자들에 의해서 R.A.D 스타일, 바가노바 스타일 등으로 세분화된다. 고전발레가 같은 정체성을 갖기 위해선 플롯이 중요하다. 기보와는 다르지만 인물들의 감정, 작품이 지향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지젤은 고전발레로 작품을 상연할 때 기보보다는 권위 있는 인물에 의해 지도되며 메가유형으로 동일화․ 개체화 된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 무용에서 움직임은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속성과는 다른 이질적인 속성을 ‘소유’하고 자연적 표현성을 가지므로 자필적 범주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러한 논의가 다양한 예술에도 적용․ 해석되기를 바란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37909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1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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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DANCE(무용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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