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우조 가곡의 헤테로포니 연구

Abstract

국문요지

가곡(歌曲)은 시조시를 노래로 부르며 기악반주가 동반되며 전문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성악곡이다. 가곡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음악 합주는 대부분 제주(齊奏, unison) 형태로 연주되며, 이 과정에서 악기 간 이디엄(idiom) 및 연주 습관 등의 차이로 이음성(異音性, heterophony)이 나타난다. 본 논문에서 궁금한 점은‘헤테로포니를 이루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성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가’하는 점이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가곡이 노래선율과 반주선율 간에 기본적으로 헤테로포니적 관계임을 전제로 하고, 노래선율을 분석하여 그에 대한 반주선율의 대응 유형 및 방식을 정리함으로써 가곡의 헤테로포니적 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창우조가곡의 반주선율에서 나타난 헤테로포니의 유형은 크게 10가지로 볼 수가 있는데, ① 노래선율 먼저 보내고 반주선율이 뒤따르는 진행 ② 다음에 나오는 노래선율을 반주선율이 먼저 내는 진행 ③ 잔가락의 변화 ④ 경과음의 변화 ⑤ 슬기둥 및 싸랭 주법에 의한 이음성 ⑥ 동음연결 주법 - 옥타브 연주·동음반복 주법 ⑦ 종지구 덧붙임 ⑧ 사이음 삽입 ⑨ 반주선율 간 시차를 두고 진행 ⑩ 다른 음 진행이다. 둘째, 헤테로포니가 나타나는 유형을 통해 알아본 곡 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초수대엽과 이수대엽을 비교해보면, 헤테로포니를 나타내는 유형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이수대엽에서 악구 수가 적고, 유형 가짓수 및 경우의 수 등이 모두 적게 나타나면서 이수대엽의 노래선율과 반주선율 간의 선율 진행이 초수대엽보다 훨씬 단조로운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거는 다른 곡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노래와 피리, 가야금의 세 선율이 각각 다른 진행의 형태로서, 특히 피리선율이 노래, 가야금선율에 비해 음 진행이 전혀 다른 선율로 진행을 하는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피리의 다른 음 진행에 관련된 유형이 가장 많이 보이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삼수대엽과 소용은 대체로 노래와 반주선율이 다른 진행인 형태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용이 특히 더 심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반주선율끼리는 같은 진행을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지 않게 균형을 잡아준다고 할 수 있는 형태로 이러한 진행 방식 자체가 헤테로포니의 한 유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언락에서 헤테로포니를 나타내는 유형들이 꽤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언락은 사설이 길어지면서 3장, 5장의 노래선율도 길어지고 따라서 악구 수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그에 따른 선율 진행의 양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두거 이후 악곡들에 비해 헤테로포니에 관련된 유형들 또한 다양하게 많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렇듯 각각의 곡에서 헤테로포니의 유형들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나타남에 따라 노래와 반주선율 혹은 반주선율끼리의 관계 또한 달라지면서 각 곡에서의 저마다 다른 색깔을 만들어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헤테로포니를 통해 드러난 반주선율의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피리선율의 특성을 살펴보면, 피리선율에서 헤테로포니가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잔가락과 경과음의 변화이다. 잔가락과 경과음의 생략, 삽입, 다른 형태 등을 보인다. 또한 노래선율을 먼저 보내고 뒤따르는 진행, 다음에 나오는 노래선율을 반주선율이 먼저 내는 진행 등으로서 헤테로포니를 나타내고, 사실상 피리선율의 헤테로포니적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유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음으로 진행하는 형태인데, 이 유형은 두거부터 이후 대다수의 곡에서 곳곳에 완전히 다른 음 진행을 보이며 가히 독립적이라 할 수 있는 피리선율이 종종 나타나는 바, 이는 피리선율의 큰 특성이라 할 수 있겠다. 가야금선율의 특성은 앞선 유형별 정리에서도 나타난 슬기둥 및 싸랭 주법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음성, 동음연결 주법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음성, 종지구 덧붙임 등으로,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갖는 고유한 주법에서 오는 헤테로포니적 특징이 가야금선율의 특성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결과로써 가곡이 갖는 헤테로포니(heterophony)를 구체화 할 수 있었고, 이는 분명히 전통 방식의 선율 작법(作法)에 관한 부분까지도 설명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적절히 발전시킨다면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창작 기법으로도 충분히 적용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