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마을 풍수의 환경생태학적 해석

Abstract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한계보고서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정주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 1987)과 유엔인간정주회의(UNCHS, 1996)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전통마을이 오랜 세월 동안 주변 환경이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회문화공동체를 구축해온 사실에 주목해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신전통주의 사조가 환경친화적인 공간구조의 틀 속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주거공간은 급격한 산업화 이후 국가적 성장기를 맞이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서구의 근대도시계획이론을 도입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도시 및 주거지가 조성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구의 주거형식과 가치관에 매료되어 우리의 전통마을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삶의 형식과 가치관은 경시되었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인 주택보급률 상승이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어디서도 우리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자연환경 등에 대한 고유의 정체성이 적용된 한국다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의 전통마을은 우리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고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로 바라볼 수 있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형성된 풍수를 근거로 조성되어 수백 년 이상 지금의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즉 자연의 인위적인 변화를 최소한으로 한 상태에서 마을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삶의 철학과 자연환경에 맞게 꾸준히 개선하고 보완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전통마을 조성에 배경이 된 풍수에 초점을 맞추었고, 유사과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풍수에 과학적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인간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및 인문·사회적 요소와의 관계를 생태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인 환경생태학적 개념을 도입했다. 풍수와 해석을 위해 도입된 환경생태학과의 관계성 및 공통적 속성을 도출하기 위해 관련 이론을 고찰하고, 해석의 대상과 해석의 도구로 환경생태학적 해석의 틀을 정립했다. 연구의 대상지인 경주 양동마을의 해석의 대상은 마을 내에 분포하고 있는 물리적 요소를 규모에 따라 단지 스케일과 건축 스케일로 구분 지었으며, 건축 스케일은 양동마을 내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 중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15개의 건축물로 한정했다. 해석의 도구로는 풍수와 환경생태학 관련 이론고찰 내용을 바탕으로 풍수 관련 선행연구를 통해 도출한 환경생태요소인 태양, 지형, 녹지, 물, 바람을 활용했다. 경주 양동마을을 환경생태학적으로 해석한 결과 단지 스케일에서는 환경생태요소인 태양, 지형, 녹지, 물, 바람과의 관계를 고려해 마을을 형성하였으며, 건축 스케일에서는 단지 스케일에서 극복하지 못한 환경생태요소의 부정적 영향을 건축물의 구성 및 형태를 통해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주 양동마을이 입지한 경사지형은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형성해 마을의 정체성을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통마을의 형성배경이 된 풍수와 환경생태학과는 학문적 공통점이 있음에도 이에 관한 선행연구는 미흡하다. 이에 본 연구는 풍수와 환경생태학과의 관계성 및 공통적 속성에 대한 검토를 통해 환경생태학적 해석의 틀을 정립하고, 이를 우리나라의 전통마을을 대표하는 경주 양동마을에 적용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추후에 해석을 진행하는데 사용된 환경생태학적인 관점이 우리나라 전통마을 전체로 확대되어 적용된다면 우리나라 전통마을을 형성하는데 반영된 풍수를 보다 과학적으로 객관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