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기 『제국신문』의 국제정세인식과 대응론

Abstract

협성회에서 축출된 독립협회 과격파는 1898년에 『제국신문』을 창간했다. 당시 국제정세는 1896년부터 1904년에 러일전쟁이 발발하기 이전까지 세력균형이 형성되어 있어서 한국이 자기 나름대로 내치와 외교를 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정세에 대한 대응에서 한계를 드러내었고, 러일전쟁 발발 이후 식민지화의 길에 들어섰다. 따라서 세력균형기에 있었던 국제정세 인식과 대응은 이후 한국의 운명에 비추어볼 때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당시 언론의 국제정세 인식을 단일한 계열로 보았고, 『제국신문』의 국제정세 인식과 대응론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논문은 『제국신문』의 국제정세 인식과 대응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국신문』의 성격과 대한제국 언론계의 사상적 지형을 밝히고자 했다. 『제국신문』의 국제정세인식의 기반은 세계관, 정치관, 종교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국신문』은 문명개화 중심의 세계관을 가졌다. 이것은 야만과 문명으로 세계를 구분하면서, 문명은 세계로 확장되며, 이 확장으로 모든 국가가 문명국이 되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고 보았다. 『제국신문』은 공화정과 입헌군주정 등 입헌정체를 중심에 둔 정치관을 가졌다. 입헌정체가 되어야 국가가 번영하며, 전제정은 국가의 독립을 위협하는 모순된 정치체제로 인식했다. 『제국신문』의 종교관은 개신교를 자유와 문명의 종교로 보고, 기독교의 다른 종파인 천주교와 그리스 정교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종교로 보았다. 러일전쟁으로 향하던 당시 국제정세에서 중요 사건은 의화단 사건, 영일동맹 체결, 러일전쟁 개전 등이었다. 『제국신문』은 의화단 사건을 통해 전제정에 대한 불신과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강하게 품게 되었다. 『제국신문』은 영일동맹 체결이 러시아의 만주철병을 끌어내자 국제여론의 힘에 의한 것이라 인식하면서 한국 독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다. 다가오는 러일전쟁에 대해서는 한국 독립에 해를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국신문』은 이러한 국제정세 인식 위에서 외교론과 내정개혁론을 제시했다. 『제국신문』은 만국공법·공개외교·균형외교 중심의 외교론을 전개하여 군사력이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독립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만국공법 체제의 일원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서양의 법과 제도를 들여와야 했고, 공개외교에서 인민의 힘을 동원할 수 있도록 의회와 언론 등을 갖추어야 가능했다. 그리하여 외교론은 서법수용·민권강화·언론자유 중심의 내정개혁론으로 연결되었다. 『제국신문』은 참정권을 가진 인민이 의회와 언론이라는 근대적인 제도를 통해 열강의 침략을 저지할 수 있도록 내정개혁을 하려고 했다. 『제국신문』의 대응론은 국가에 대한 참정권과 애국심을 가진 ‘국민’을 형성하고, 근대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근대국민국가 건설운동의 흐름에 맞닿는 것이었다. 이는 대한제국기 언론운동의 거시적 흐름 안에 있는 것이다. 『제국신문』은 더 나아가 공화정을 소개하고,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주장하는 등 당시 근대국민국가 건설운동에서 급진적인 계열의 인식과 주장을 대변했다. 이러한 『제국신문』의 국제정세 인식과 대응론은 당시 대한제국 언론계가 단일한 계열이 아니라 사상적 스펙트럼을 가진 것이었음을 보여준다.